어른의 잘못을 아이들에게 덮어 씨우지 마라!

시우사고 후 지인이 쓴 글입니다.

변방의 작은 도시 경주에서,

가장 높은 인구 밀집도를 보이는 곳이 내가 사는 황성동이다.
그 만큼 사람도 많고 소문도 많은 곳이란 거다.

시우의 교통사고 이후 한동안 이 작은 동네는 이런저런 소문으로 가득했다.

약속이 있어서 커피숍에 잠시 앉아 있다 보면 온 사방에서 웅성웅성…
그 사고에 대해 전해들은 온갖 이야기에 저마다의 소견까지 섞어 이러쿵저러쿵 찧어대는 입방아는 단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때론 바늘로 화살로 변해 날아다닌다.

그 중 제일 먼저 나에게 꽂힌 바늘은 너무나 밝은 엄마들의 목소리였다.
“ 그 사건 이후 애들이 힐리스(바퀴 달린 신발) 사달라고 조르던 소리가 쏙 들어갔잖아요. ㅎ ㅎ”
“맞아요~! 보드도 그렇게 사달라고 졸라대더니 이제 말을 못하더라구요.”
이런 젠장.. 속으로만 욕이 나왔다.
그리고 열이 서서히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.

‘매너가 사람을 만든다.’ 고 킹스맨이 그러더만…

이게 그렇게 신나게 웃을 일이냐고~!
아이들이 그 재미있는 힐리스도 못타고 보드도 못타고…
결국 손바닥만한 핸드폰 창에
하루 종일 코 박게 만드는 게 어른들의 일이냐고…!

사실, 시우가 사고를 당한 장소에 처음 갔을 때,
‘아! 나였어도 여기서 놀았겠다. 산책로 옆으로는 노릇한 잔디가 쫙 깔려 있고, 신나는 내리막이고, 산책로 입구에는 다니는 차도 별로 없고…무엇보다 인적이 없으니 잔소리하는 어른들도 없을테고..’ 이런 생각을 했다.
그런데 사고 이후 이 동네 어른들의 반응이란 게
아이들이 신나게 놀지 못하게 되어 다행이라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.

그제 수업 온 아이와 나눈 말이 떠올랐다.
생일 선물로 힐리스를 받았다고 뛸 듯이 기뻐하던 게 생각이 나서 그 아이의 신발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.
“00아, 힐리스 안 신고 왔네?”
“네, 엄마가 위험하다고 못 신게 해요…”

시우가 사고를 당한 장소에 [자전거. 인라인 스케이트 등 금지]라는 현수막이 걸렸다.
이 사건의 원인은 자전거, 인라인, 보드 등이 아니다.
사고의 구성 요소를 없애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라면
그냥 [자동차 통행금지]하나만 시켜도 될 일이다.

아이들은 어른들이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.
그런데 우리는 어떤 작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
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
그것으로 또 그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습관에
너무 익숙해져있다.

아이들은 마음껏 자신을 표출하고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고, 그것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다.

우리는 조금 먼저 세상을 산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배려하고 지지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며
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.

답글 남기기

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입력창은 *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.